저출산 위기 극복…“일과 생활 균형이 관건”

◇25일 오후 12시 30분 네오위즈 판교타워 아트홀에서 열린 ‘제2회 저출산 위기극복 야단법석 토론회’에서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기G뉴스 고정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마련과 함께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는 25일 오후 12시 30분 네오위즈 판교타워 아트홀에서 열린 ‘제2회 저출산 위기극복 야단법석 토론회’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으로 일자리, 주거와 함께 가족친화적인 근로 환경을 꼽았다.

이 부지사는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출산율은 특히 더 낮은 편”이라며 “약 700년 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주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주관, EBS와 네오위즈게임즈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는 이기우 부지사를 비롯해 개그맨 오지헌 씨와 엔씨소프트 직원 최소라 씨, 웹디자이너 이덕로 씨가 패널로 참석해 각각 다자녀, 워킹맘, 미혼남의 입장을 대변했다.

‘왜 결혼을 늦게 할까요?’, ‘일과 가정은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주거와 일자리 등 사회안전망 구축과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저출산 위기 극복…“일과 생활 균형이 관건”

◇이날 토론회에는 이기우 부지사를 비롯해 개그맨 오지헌 씨와 엔씨소프트 직원 최소라 씨, 웹디자이너 이덕로 씨가 패널로 참석해 각각 다자녀, 워킹맘, 미혼남의 입장을 대변했다. ⓒ경기G뉴스 고정현


첫 번째 토론 주제인 만혼에 대해 오지헌 씨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라며 “결혼을 하면 아이와 아내를 위해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요즘 세대는 자기애가 강하다 보니 차라리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최소라 씨 역시 “평균 나이 30대 중반인 입사 동기 중에 결혼한 사람은 나 혼자 뿐”이라며 “여자들의 경우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가사부담이, 남자들의 경우 부담스러운 결혼비용이 결혼을 늦추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혼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웹디자이너 이덕로 씨는 “결혼은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돈이 문제”라며 “흔히 결혼비용으로 1억5000만원이 든다고 하는데 이는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의 경우 5년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모을 수 있는 큰 돈”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이런 환경에서는 당연히 결혼이 늦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눈이 높아서 결혼을 안 한다는 둥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면 섭섭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기우 부지사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 문제를 꼽았다”며 “경기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도내에 임대주택 1만호를 짓는 경기도 주거정책 ‘따복하우스’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복하우스’는 도와 시·군 등이 보유한 공유지에 짓는 경기도형 임대주택으로, 신혼부부, 중소기업 근로자, 대학생 등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 부지사는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되는 따복하우스를 짓자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과 육아나눔공동체 구축, 출산 시 임대료 인하 등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위기 극복…“일과 생활 균형이 관건”

◇토론회에 참석한 개그맨 오지헌 씨는 다자녀 가정의 입장을 대변해 의견을 밝혔다. ⓒ경기G뉴스 고정현


이어진 두 번째 토론 시간에서 패널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덕로 씨는 “얼마 전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3개월로 늘어났다”며 “정책은 마련됐지만 이를 사용할 경우 월급이 반 토막이 나는데 현실적으로 누가 이를 이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최소라 씨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일과 육아 둘 다 잘할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고 나니 쉽지 않았다”며 “일례로 회사에서 5일간 휴가를 쓰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인데 어린이집에선 여름과 겨울 5일간 방학을 한다. 이러한 보육 문제 때문에 둘째 낳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EBS 육아학교 페이스북 게시판을 통해 토론회에 참여한 김유정 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분위기가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것 같다”며 “결혼도 이 사회에서는 하나의 스펙이고 경쟁이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페이스북 참여자 이미연 씨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긴 노동시간, 최저임금이 결국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라며 “내 삶이 불안하고 팍팍한데 출산은 생각하기도 힘들다”고 적었다.

정형옥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혼인은 인생의 장기 플랜인 만큼 이를 위해서는 삶의 안정성이 담보가 돼야 한다”며 “주거와 고용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기우 부지사는 “저출산 해소 정책이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현장의 체감온도를 반영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눈 의견을 바탕으로 따복하우스와 작은 결혼식을 위한 정보 제공, 직장인을 위한 틈새 어린이집, 가족친화기업 정책 등 저출산 해소를 위한 맞춤형 정책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산 위기 극복…“일과 생활 균형이 관건”

◇토론회가 끝난 후 패널들이 함께 모여 “저출산 문제, 경기도가 해결한다”를 외쳤다. ⓒ경기G뉴스 고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