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현장 속으로]는 도민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경기도 및 산하기관의 각종 현장 이슈와 활약상을 생생하게 전하는 <경기G뉴스>의 기획시리즈입니다. 스무 번째로, ‘경기도 제1호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된 화성시 매향리 쿠니사격장을 찾았습니다. [편집자 주]

전쟁의 아픔 매향리, 역사교육의 장으로 바뀌다

◇지난 6월 30일 오전 화성시 매향리 산 157-4번지 일원 옛 쿠니사격장에서 전만규(62·화성시 매향리평화마을 추진위원장) 씨가 쿠니사격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경기G뉴스 고정현


“이곳은 매향리 역사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기록입니다.”

지난 6월 30일 오전 화성시 매향리 산 157-4번지 일원 옛 쿠니사격장에서 만난 전만규(62·화성시 매향리평화마을 추진위원장) 씨.

전 씨는 최근 ‘경기도 제1호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된 화성시 매향리 쿠니사격장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건축자산으로 등록됨으로써 전쟁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문화자산이 되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전 씨의 안내로 ‘경기도 제1호 우수 건축자산’인 옛 쿠니사격장 일원을 둘러봤다.

현재 쿠니사격장 내 존치건축물은 사격통제실을 비롯해 헬륨저장소, 장교막사, 카페·체력단련실, 숙소·식당, 위병소 등 6곳이다. 위병소를 지나 숙소·식당을 거치면 넓은 운동장 같은 곳에 매향리 평화마을 공모 예술 작품 두 점이 이정표처럼 지키고 있었다. 1950년대 지어진 건축물들로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들이었다.



전쟁의 아픔 매향리, 역사교육의 장으로 바뀌다

◇쿠니사격장은 미공군이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8월부터 매향리 앞 해상에 있는 ‘농섬’을 표적으로 폭격 및 기총훈련을 실시한 곳으로, 미 공군은 1954년부터 2005년 8월 사용 종료일까지 이곳에 막사를 건축하고 주둔했다. ⓒ경기G뉴스 고정현


카페·체력단련실로 쓰였던 건물을 따라 가다보면 전쟁의 폐허처럼 남겨진 헬륨저장소가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전 씨를 따라 사격장 통제실로 쓰인 건물로 발길을 옮겼다. 사격장 통제실 건물의 낡은 철제 계단을 올라가니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1951년부터 미군이 폭격 및 기총훈련을 실시했던 ‘농섬’(濃島)을 전 씨가 손으로 가리켰다. 미공군의 사격훈련으로 섬은 3분의 2가량이 훼손된 상태였다.

전 씨는 “매향리 마을에서 주민들이 1988년부터 사격장 폐쇄운동을 했다. 당시 팀스피리트 등 미군훈련이 3주씩 이어지면 농섬에 하루 13시간씩 사격이 이어지곤 했다. 사격 가운데 오폭이나 불발된 것들로 인해 마을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화성시와 화성시의회, 주민대표, 관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매향리평화생태공원추진협의회’는 쿠니사격장이 경기도 제1호 우수 건축자산에 등록됨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 이곳을 오는 2018년 6월까지 역사문화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앞서 화성시는 지난 2013년 4월 관련 조례(‘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화성시의회 발의)를 제정했다.

‘우수 건축자산’은 예술적·역사적·경관적·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 등 건축자산 소유자가 신청하면 심사 등을 거쳐 시도지사가 등록한다.

이번 등록은 우수한 건축자산을 보존 활용하고 지역건축문화 진흥을 목적으로 제정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2015.6.4.) 이후 전국 최초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전 씨는 “원래 이곳은 미군이 철수하고 국방부에서 환경정화 차원에서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화성시 매향리 마을주민들과 화성시가 지난 2008년부터 국방부에 강력히 건의해 존치하게 됐다”며 “매향리의 역사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시대를 알려주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쿠니사격장은 미공군이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8월부터 매향리 앞 해상에 있는 ‘농섬’을 표적으로 폭격 및 기총훈련을 실시한 곳으로, 미공군은 1954년부터 2005년 8월 사용 종료일까지 이곳에 막사를 건축하고 주둔했다.

도는 쿠니사격장이 한국전쟁 당시 생활상과 1950년대 군사기지 건축 방법, 건축재료 및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역사적·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되면 국세 및 지방세 감면 대상이 되며, 유지·관리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이곳은 지자체(화성시)가 담당하기에 유지·관리 비용만 지원된다.

또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건폐율, ‘건축법’상 조경, 공개공지(公開空地, 대지면적에서 일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공개공간), ‘주차장법’상 부설주차장 기준 등의 특례 적용 대상이 된다.

도 관계자는 “이번 우수 건축자산 등록은 지난 2011년 제1차 경기도 건축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추진해온 경기도의 건축문화유산 보존 정책의 성과 중 하나”라며 “앞으로 우수건축자산 등록을 비롯해 건축자산 진흥구역 지정 등 건축문화 진흥 시책을 활발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쟁의 아픔 매향리, 역사교육의 장으로 바뀌다

◇도 관계자는 “이번 우수 건축자산 등록은 지난 2011년 제1차 경기도 건축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추진해온 경기도의 건축문화유산 보존 정책의 성과 중 하나”라며 “앞으로 우수건축자산 등록을 비롯해 건축자산 진흥구역 지정 등 건축문화 진흥 시책을 활발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G뉴스 고정현


한편, 화성시는 쿠니사격장을 포함한 일대를 평화생태공원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일대에는 화성드림파크(유소년 전용 야구장)와 역사박물관, 조각공원, 매화나무 숲 등이 조성된다.

특히 이번 우수 건축자산 등록을 바탕으로 쿠니사격장 내 건축물은 전쟁의 아픔 등을 후손에게 알려줄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화성시 지역경제과 이정선 주무관은 “대한민국 최초로 지정된 ‘우수 건축자산’ 등록이기에 (함께 추진되는) 평화공원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화성시는 쿠니사격장이 미군이 실질적으로 주둔했던 곳이어서 상징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