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경기人]은 기억에 남을 사연의 주인공이거나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경기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기획시리즈입니다. 22번째로 진심 어린 말 한마디로 2000만 달러 투자유치를 이끈 경기도 투자진흥과 일본·구주팀 유진(40·여) 주무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 주>

2천만弗 투자유치 이끈 공무원의 말 한마디

◇경기도 투자진흥과 일본·구주팀 유진(40·여) 주무관이 도청 제3별관 앞 도청운동장에서 말 한마디로 2000만 달러 투자 유치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기G뉴스 허선량



◆ 말 한마디에 담긴 진심, 투자유치로 이어져

“사실, 많이 감사한데 부끄러워요. 다 관심 가져 주시고, 도와주시니까 하는 거죠. 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김능식 투자진흥과장님, 이민우 일본·구주팀장님, 팀원 여러분에게 감사하죠.”

경기도 투자진흥과 일본·구주팀에서 일본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유진 주무관. 유 주무관은 말 한마디로 일본 중소기업으로부터 2000만 달러(한화 2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남경필) 지사님까지 관심을 가져주셔서 MOU까지 체결했으니까 (일본 투자기업이) 경기도에 와서 잘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가능하면 많이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결과가 좋아서 (일반 투자기업 측에서) 고마워하시더라고요.”

동국대 일어일문학과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한일과)을 나온 유 주무관은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본 나가사키현 국제과에서 근무를 했으며, 2011년부터 경기도에서 일을 하고 있다.

유 주무관은 지난 2015년 9월 일본 나고야에서 ‘경기도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던 중, 일본 트라이텍스사(자동화 장치 설계·제조업체)의 구와야마 히로아키 대표와 ㈜트라이테크 코리아 김철민 대표이사를 만났다. “경기도에서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유 주무관의 말 한마디가 외투기업으로부터 큰 금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인센티브(조세 감면 등)는 국가에서 정하기에 크게 차이는 없는데, 작은 기업이라도 한국에 관심이 있고, 경기도에 관심이 있어 진출하신다면 사업이 잘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분들이) 다른 데서 여러 번 거절당하니 이번에도 마찬가지겠다는 생각에 (경기도와 상담을 했다가) ‘경기도는 다르구나, 바로 경기도로 결정하자’고 하셨대요.”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외투단지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의 투자금액이 1000만 달러를 넘어야만 각종 조세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투자 규모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액에만 집착하다 보면 투자유치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싶다. 그 점에서 유 주무관의 ‘특별한’ 상담이 일본 투자기업에는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여겨졌다.

일본 트라이텍스사는 처음에는 300만 달러 규모로 경기도와 투자 상담을 진행하다가 나중에는 2000만 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했다. 이어 다른 일본 기업에 경기도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안산 반월에서 트라이텍스사의 (한국법인)회사가 가동 중입니다. 일본인 사장님이 주변에 기업하시는 분들에게 ‘경기도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도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입소문을 내주셨죠. 저희는 올 10~11월경 일본 아이치현(愛知縣) 나고야(名古屋)와 이시카와현(石川縣) 가나자와(金澤) 등 2곳에서 경기도 투자설명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일에 대해 유 주무관은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트라이텍스사가 경기도 투자를 결정하고 나서 유 주무관은 한국법인 대표가 사업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하자 자신이 아는 기업인까지 소개해줬다.

“한국법인 사장님이 대학 때부터 일본유학을 가셔서 20년간 사신 분입니다. 반월공단에 입주를 했는데 인맥도 없고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많이 힘드셨다고 합니다. 고객을 확보해야 되는데 그런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반월공단에서 사업을 하고 계셔서, 일본 나고야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으신 그분을 제가 소개해드렸어요. 그분한테 조언을 받고 많이 용기를 얻으셔서 고맙다고 트라이테크 한국법인 사장님이 나중에 말하시더라고요.”

이 일을 계기로 유 주무관은 투자유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외투기업의 애프터케어까지 개인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고 전했다.


◆ 일본에서 한국으로…경기도와의 인연

유진 주무관이 경기도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일본 나가사키현 국제과에서 근무를 하다가 한국에서 일을 옮기게 된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부모님 때문이죠. 아버지가 연세가 많으신데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쓰러지셨던 일이 있습니다. 집에선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줬고, 나중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던 일만 알게 됐습니다. ‘네가 들어온다고 낫는 것도 아니고, 네 일에만 집중하라’는 말을 부모님으로부터 들었죠. 부모님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습니다. 현재 용인시 죽전동에서 부모님하고 같이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 주무관이 한국으로 일을 옮기게 된 계기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지난 2009년 11월 14일 부산광역시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 4공구에 있는 ‘가나다라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 때였다.



2천만弗 투자유치 이끈 공무원의 말 한마디

◇유진 주무관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와서 일을 하게 된 터닝포인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G뉴스 허선량


“2009년 부산 실내사격장 사고 때, 일본 관광객들이 (사고로) 사망한 일이 있는데, 그때 다친 일본인 중에 나가사키현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나가사키현 차원에서 부산으로 가라고 해서 (부산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일본인 현청 의사와 한국 의사, 가족들의 통역업무를 담당했어요. 통역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제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유 주무관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나가사키현 방문 인사 통역을 비롯해 국제교류원 업무를 담당했고, 2011년 9월부터 경기도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경기도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질문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어려운 것은 기업하고 사업 진행이 잘 안 될 때죠. 예를 들어 법적으로 안 되는 사항에 대해 (기업 측에서) 해달라고 우기실 때가 그런 거겠죠.”

이런 상황에서 유 주무관은 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이해가 되게 설명해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일본 쪽을 담당하잖아요. 중국, 러시아 등 각각 담당이 있는데, 사실 그 외국어를 전공해서 들어온 전문위원이 언어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해당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경기도에서 시작하는 또 다른 꿈

언어는 그 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유 주무관은 “외국어 하나를 더 한다는 것은 향유할 수 있는 문화권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또 하나의 언어를 알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의 삶이 풍요롭게 변한다. (외국어를 하게 되면) 투자유치도 할 수 있고, 그 나라의 문화도 즐길 수 있고, 자기의 삶도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19대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는 대통령 선거 공약집에 ‘삶의 질(qualité de vie)’을 담아 중산층의 기준을 제시했는데, 당시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다는 항목이 이에 포함됐다는 것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2천만弗 투자유치 이끈 공무원의 말 한마디

◇유 주무관은 “경기도의 지명도를 높이고 더 많은 일본 기업이 경기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경기G뉴스 허선량


개인적인 계획에 대해 유 주무관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어로 먹고 살기’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이든 에세이든 번역을 해보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제 인생에서의 꿈입니다. 원래 동시통역사가 꿈이었죠. (롤모델이) 외대 최정화 교수(국내 최초 프랑스어 동시 통역사)님이에요. 유명하신 분인데. 그분의 책을 읽고 통역사를 꿈꾸게 됐죠.”

마지막으로 유 주무관은 “제가 투자설명회 때 자주 쓰는 말이 ‘게이키(けいき、京畿)에 오시면 게이키(けいき, 景氣)가 좋아진다’”라며 “서울, 부산은 알지만, 경기도는 일본 분들에게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경기도의 지명도를 높이고 더 많은 일본 기업이 경기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 말이 힘 있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