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소통·생명을 말하다…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

◇22일 오후 4시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를 보기 위해 임진강역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 ⓒ경기G뉴스 고정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 광장에 오후 4시가 되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600여 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22일 오후 6시 40분부터 시작하는 ‘제8회 DMZ 국제 다큐 영화제 개막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개막식이 민간인통제구역인 파주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임진강역에 모인 이들은 일찍이 사전 신청을 통해 입장을 허가받은 사람들이었다. 철두철미한 신분증 검사를 통해 승인된 사람들은 캠프 그리브스로 들어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타고 겹겹이 보이는 철조망 문을 몇 번이고 뚫고 지나가니 목적지인 파주 캠프 그리브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군사 경계지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 구릿빛 땅에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다양한 색의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평화·소통·생명을 말하다…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

◇버스에 내려 처음으로 보이는 광경이다. 개막식 이외에도 현장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어 개막식 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경기G뉴스 고정현


DMZ 개막식 시작에 앞서 현장에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돼있어 개막식을 찾아온 사람들이 손쉽게 DMZ와 친해질 수 있었다. DMZ 경치를 한 숨에 느낄 수 있는 산책로에는 <평화의 축: 단절에서 소통으로 Asis of Peace: Disconnect to Connect> 전시가 마련돼 있었다. ‘단절, 소통 그리고 평화’라는 주제를 표현한 다양한 전시 작품들은 사람들의 심미안을 높여주는 동시에 올해 영화제의 주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현장 사람들로부터 공간과 하나되는 전시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화·소통·생명을 말하다…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

◇저녁 6시 40분터 시작된 개막식은 자리에 앉은 관객들의 열정적인 환호성 속에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경기G뉴스 고정현




평화·소통·생명을 말하다…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

◇위는 조재현 집행위원장과 개막작을 만든 정수은 감독이 무대에 오른 모습이다. 아래는 개막식에 참여한 이재율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G뉴스 고정현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파주 캠프 그리브스 대강당에서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이 시작됐다. 머나먼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리에는 이재율 경기도 행정1부지사, 조재현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홍보대사 배우 공승연을 비롯해 부조직위원장인 최성 고양시장, 이재홍 파주시장, 허진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진모영 감독, 오멸 감독 등 많은 관계자들이 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해주고자 자리에 참석했다.

이재율 부지사는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가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며 “현재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다. 앞으로 더욱더 세계적인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경기도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직접 진행을 맡았었지만 올해에는 ‘평화, 소통, 생명’ 주제로 한 영화제에 걸맞게 한반도와 같은 분단의 아픔을 갖고 있는 독일 출신의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과 탈북청년 이설미가 맡아 진행했다.

JTBC 방송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독일을 알린 큰 키에 파란눈을 가진 다니엘은 유창한 한국말을 통해 “독일도 한국과 같이 분단의 아픔을 겪었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많이 와닿는 행사인 것 같다”며 DMZ국제다큐영화제의 MC를 맡은 소감을 전했다.



평화·소통·생명을 말하다…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연출을 맡고 있는 일본인 야스오카 다카하루 감독이 무대에 올라 임진강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어 한국말로 옛날 가요 임진강 한 소절을 불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G뉴스 고정현


다니엘뿐만 아니라 올해 개막식 현장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이는 국제경쟁, 아시아경쟁, 글로벌비전 섹션 부문을 심사하기 위해 각국 영화 관계자들이 직접 캠프 그리브스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DMZ에서 제공한 한국 대표음식인 비빔밥을 직접 먹어보고 분단의 상징인 DMZ 땅을 직접 둘러보며 언어의 장벽과 상관없이 평화를 바라는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사를 즐겼다.

특히 글로벌경쟁작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편집자인 야스오카 다카하루는 “일본인이지만 고등학생 때 ‘임진강’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배웠었다" 며 서툰 한국어였지만 정겨운 노래 한 소절을 천천히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이곳에 도착해 기차역에서 그 이름을 발견하고 옛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이 장소의 의미와 영화제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 행사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민통선 최북단 마을 내 유일한 초등학교인 대성동 초교에 재학생들이 제작한 다큐 영상을 상영했다. 이후 축하공연으로 ‘남북 청소년 공동 오케스트라’를 추진 중인 린덴바움 오케스트라와 탈북청년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동요 ‘고향의 봄’을 부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했다.

노래를 하던 탈북청년합창단 단원 중 한명은 노래 중간 “통일은 곧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남북 주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통일을 염원합니다”라고 말해 노래의 감동과 더불어 올해 영화제의 의미를 한 번 더 전달해주었다.



평화·소통·생명을 말하다…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

◇위 사진은 개막작 <그 날>의 포스터이며 아래 사진은 개막작을 상영하고 있는 캠프 그리브스 전경 모습이다. ⓒ경기G뉴스 고정현


개막 선언과 개막식이 끝난 후 이날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개막작 상영이 이어졌다. 다큐영화제의 막을 여는 작품으로 정수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 날>이 선정됐다.

개막작 소개를 맡은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다큐 <그 날>은 한국전 당시 인민군으로 참전한 외할아버지의 삶은 다룸으로써 한반도 분단 현실의 아픔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올해 개막작 선정에 고민이 많았지만 정 감독의 작품이 의미하고 있는 바가 이번 영화제에 가장 적절하다 싶어 선정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불빛이 번쩍번쩍 빛나던 강당은 암전과 동시에 대형 극장이 되었다. 이어 다큐 <그 날>의 첫 장면인 임진강 표면의 물 소용돌이가 등장했다.

담담하게 분단의 현실을 담아낸 영화였지만 분단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는 관객들은 영화 속 말 한마디에 크게 공감해 울고 웃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한 정수은 감독의 어머니가 “너한테는 그냥 영상 찍는 일일지 몰라도 엄마한테는 외할아버지 이야기하는게 얼마나 맘 아픈 짓인지 알아? 분단이라는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야”라는 말을 하자 몇몇 관객들은 마음속에서 터져나온 듯 눈물 몇 방울을 주르륵 흘리기도 했다.

개막식이 끝난 후 현장 사진을 찍고 있던 신미용 수원영화예술인협회 사무국장은 “몇 년째 꾸준히 참석하고 있지만 매해 새롭고 재밌다”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평화·소통·생명을 말하다…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

◇2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돼 벌써부터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경기G뉴스 고정현


한편, 이번 다큐영화제는 2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9일까지 36개국의 116편 다큐영화를 선정해 상영할 예정이다. 2009년 125편으로 시작한 DMZ다큐영화제는 올해 105개국 참여, 총 1290편 출품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영화제는 분단의 현실과 통일에 대한 전망을 제기하는 ‘DMZ 비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록한 일본, 중국, 대만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특별기획전’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돼있다. 특히 가족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다큐패밀리’ 섹션이 강화돼 어린자녀와 함께 보기 좋은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과 전체관람가 다큐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상영작은 영화제 기간 내에 고양시 메가박스 백석, 파주시 메가박스 출판도시, 김포 아트홀, 연천 수레울 아트홀에서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상영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dmzdocs.com) 상영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