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오산시청 2층 물향기실. ‘오산시 어린이·청소년 의회’ 의원인 김도연(여·12) 학생이 부의장 선거에 나와 똑부러진 말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기G뉴스 허선량
“저를 뽑아주신다면 의회에서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기호 6번, 꼭 뽑아주세요!”
17일 오전 10시 오산시청 2층 물향기실. ‘오산시 어린이·청소년 의회’ 의원인 김도연(12·여) 학생이 부의장 선거에 나와 똑부러진 말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당황한 기색 없이 당찬 모습을 보인 김도연 의원은 이날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지금까지 다양한 대외활동을 해봤기 때문에 가장 경험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맏형, 맏오빠로서 의회를 잘 이끌어가겠습니다.”
큰 키에 굵직한 목소리로 의장에 출마한 김한솔(17·남) 학생은 어린 의원들에게 신뢰감을 주며 의장에 선출됐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동등한 입장에서 의장단 투표를 하는 50여 명의 청소년들은 ‘제1대 오산시 어린이·청소년의회’ 의원들이다. 의장단 선거에 참가하기 위해 여기저기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첫 정기회부터 진지하고 적극적인 모습에 오히려 관계공무원들이 놀랐다.
◇오산시 어린이·청소년의회는 초등학생 31명, 중고생 22명 등 총 53명으로 구성됐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여권 보장,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 습득, 권리 주체로서의 능력과 자질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경기G뉴스 허선량
오산시 어린이·청소년의회는 초등학생 31명, 중고생 22명 등 총 53명으로 구성됐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여권 보장,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 습득, 권리 주체로서의 능력과 자질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오산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2월부터 관내 각 학교의 추천 및 공개 모집을 통해 만 11세부터 24세 이하의 어린이 및 청소년 의원을 선발했다.
이날 열린 1차 정기회에서는 의장 및 부의장을 선출하고 교육, 복지, 경제, 안전 등 4개 상임위원회 참여활동을 통해 오산시 아동 관련 정책이나 사업 전반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열린 1차 정기회에서는 의장 및 부의장을 선출하고 교육, 복지, 경제, 안전 등 4개 상임위원회 참여활동을 통해 오산시 아동 관련 정책이나 사업 전반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G뉴스 허선량
‘탈레반은 제 왼쪽 이마에 총을 쐈습니다. 그들은 그 총알로 우리 입을 막을 거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변한 건 없습니다… 책과 펜을 듭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예요.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한 개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말랄라 유사프자이, 2013 UN 연설 中)
“이 영상 속, 친구는 1997년에 파키스탄 북부에서 태어난 말랄라에요. 파키스탄에는 탈레반이라는 나쁜 사람들이 여자들을 억압했어요. 말랄라는 10살 때부터 여성도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했는데, 어느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탈레반 대원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서 크게 다쳤어요.”
이날 정기회에서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최지민 팀장은 아동권리교육을 시작하며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말랄라는 어떻게 됐을까요? 영국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고, 지금도 여성과 아동의 인권운동을 하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이렇게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펼칠 수 있는거죠.”
최 팀장은 학생들에게 오산시 어린이·청소년의회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며 동기를 부여했다. 그는 “오산시에서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목표로 적극적인 아동친화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이제 의회에서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밝게 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산시 어린이·청소년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는 53명의 학생들이 의장단 선출 투표를 하고 있다. ⓒ경기G뉴스 허선량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지방의회를 꾸려갈 생각에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김규리(12·여) 학생은 “의회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제 제가 의회 활동을 하게 됐으니까 친구들의 문제나 원하는 것을 의회에 잘 반영하여, 지금의 문제를 좋은 쪽으로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전했다.
오는 2017년 말까지 오산시의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표해 의정 활동을 하게 된 의원들은 책임감이 막중한 모습이었다.
의장 김한솔(17·남) 학생은 “1대 (의원으로서) 다음 2대, 3대가 있을텐데, 모범을 보여서 1대가 이렇게 했으니까 다음 대도 훨씬 더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받침대, 기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제가 예전에 (청소년)위원회 활동이라든가, 정책 관련된 일을 했었는데, 이번 의회는 상임위원회를 통해 어른들에게도 전달되니까 청소년들을 위해서 저는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바탕으로 많은 정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최지민 팀장이 학생들에게 아동권리교육을 하며 지도하는 모습. ⓒ경기G뉴스 허선량
앞으로 어린이·청소년의회 의원들은 의회 활동을 통한 시정 참여 및 아동정책 모니터링 활동과 더불어 아동권리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 2017년 두 번의 정기회의와 2~3회의 임시회가 있으며, 다가오는 2월에는 1박2일 워크샵도 진행된다.
아울러, 지방의회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 복지, 경제, 안전 등 4개 분과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오산시 아동 관련 정책이나 사업에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오산시청 가족보육과 김유경 주무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스로의 시각으로 문제점을 바라보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다”며 “아동들이 민주적 절차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생생한 의견제안과 토론 및 교류를 통해 지역사회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복지와 권리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구성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주무관은 이어 “처음으로 접하는 어린이 청소년의회에 대해서 아이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까했는데, 정기회 때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됐다”며 “아동들의 의사 반영이 우선적으로 되어야한다. 회의 때마다 자유발언 시간을 주어 충분히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전했다.
‘어른들은 우리를 미래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현재이기도 합니다.’ 이번 어린이·청소년의회 출범이 미래를 스스로 만드는 큰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본다.
◇앞으로 어린이·청소년의회 의원들은 의회 활동을 통한 시정 참여 및 아동정책 모니터링 활동과 더불어 아동권리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경기G뉴스 허선량